강남 요정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아가씹니다.
화류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많은 악플이 쏟아지겠지만,
제가 자존심은 없을지 몰라도 글을 쓸 자유는 있으니까요..
3년전 어렵게 들어간 음대를 중퇴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솔직히 어린마음에
피땀흘려 돈 벌기도 싫었고,
또 그 당시엔 그렇게 크게만 느껴졌던 빚을
정상적인 일로는 갚을 엄두조차 나지 않아서,
청담동 룸싸롱에 제발로 찾아가 2년을 일하다가
건너건너 알게된 정통요정에서 일한지 1년 좀 넘었습니다.
룸싸롱에서 일을 시작한지 1년반만에
그 많던 빚은 이미 다 청산했고,
맨날 오피스텔 월세만 전전하다가
일산에 살만한 전셋집도 얻었습니다.
빚도 없고, 하루에 100만원 넘게 벌고,
출근잘하고 체력 좋으면
한달에 2천만원은 우습게 버는일이다 보니
씀씀이 헤퍼지는거야 당연한일이에요.
지금은 한복을 입고 일하기때문에
홀복렌탈값은 안들어도,
일단 출근하려면
살롱에서 헤어,메이크업 받는 비용만 8만원이고,
콜비 식사 기타등등 다하면
한번 출근하는 비용만 10만원이 넘습니다.
요정은 일반 룸처럼 조명이 어둡지가 않고
한식당처럼 밝기 때문에 진한화장, 떡칠,
절대 할수가없어서 피부가 희고 고운것이
필수조건입니다.
또 한복을 입으니까 그에 맞게 한듯안한듯
쌩얼메이크업을 해야해요.
그러다보니 진짜 연예인들이 관리받는다는
샵에서 피부관리받고
아침에는 병원가서
비타민 주사맞으면서 체력관리하고
뭐 우리말로 왠만한 연예인들
관리하는거랑 다를게 없더라구요.
처음엔 어린마음에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내 나이에 어딜가서 이만한돈을벌까 싶었어요.
세상 부끄러운일인줄도 몰랐고
룸싸롱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요정으로 오고나서는 애프터도 없기때문에
일이 정말 편했어요. 야한옷도 안입어도되고.
자존심 다 버리고
손님 비위맞추는건 도가터서 그런일쯤이야 우스웠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런일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빠질때가 종종있어서
이제 관두자 하고 진짜 관둬도,
참 사람이 배운게 이짓밖에 없으니
다시 복귀하게 되더라구요.
다른걸 배워보자,하던 클래식이나 다시 할까, 해도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되나요..
근데 요즘은 정말 출근하는것도 진저리가 나고,
남자 향수냄새만 맡아도 역겨울정도가 되니
일할때 표정관리도 안되고 참 힘들더라구요.
가게 언니한테 조심스럽게 말하니
그게 진짜 그만둘때가 된거라고 말하더라구요.
자긴 역겹거나그래도 빚때문에 일하지만
넌 빚도없고 모아둔돈 조금 있으면
청산하라고 하더라구요.
뭐 모아둔돈이라고 해봤자
씀씀이가 그렇게 헤픈데 많이 모았겠어요?
제가 이제껏 번 돈에비하면 저축액은 참 초라합니다.
돈 나가는거 우스워요.
제가 평생 이렇게 젊을수도 없고,
언젠간 그만둬야할텐데
그게 참 무섭습니다.
내가 질렸다고해서 지금당장 때려치면
내가 뭘해먹고 살수있을까 생각들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할줄아는건
술팔고 웃음팔고 몸파는일인데,
뭐 이런일도 젊을때나 하지
늙으면 어디 써주지도 않잖아요.
제 친구들 sns보면 전공살린애도 있고
참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그런거볼때마다 현타오고 그럽니다.
전 정말 제가 뭘 해야 할지,
결국 한번 맛 본 돈을 잊지못해
평생 밤에만 일하다가 나이들면
더 안좋은곳으로..
점점 비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푸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